
1. 참가하게 된 이유
표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도 아니고, SQL을 쓸 줄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행사에 참가한 건 단순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보고, 어떤 고민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지. 그리고 AI가 이렇게 빠르게 퍼지는 지금, 데이터 직무가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했다.
2. 데이터를 보는 태도
정상욱 님의 세션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분석 기법이 아니라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생존자 편향 이야기부터 블루존(장수마을) 사례, 덕평휴게소 사례까지 흘러가면서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전부일까.
"없는 데이터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기록된 것만 쌓다 보면 기록되지 않은 것은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측정되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의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카카오뱅크 스폰서 세션에서 나온 Data-driven, Data-informed, Data-inspired라는 개념도 비슷한 맥락으로 연결됐다. 셋 중에서 Data-inspired가 가장 낯설고 인상적이었다. 데이터를 정답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바라본다는 관점이었다. 분석의 끝이 결론이 아니라 또 다른 탐색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호기심의 반경이 인사이트의 반경이다"라는 말과 맞닿아 있었다.
3. 질문과 협업
김준서 님의 세션은 의외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데이터 협업이 느린 이유를 기술이 아니라 의사소통에서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신규, 활성 같은 단어조차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기간, 대상, 조건, 지표, 출력 형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같은 질문을 던지고도 서로 다른 답을 기대하게 된다. 이건 데이터 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요청이 모호하면 결과도 모호하게 돌아온다. 문제는 누군가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서로 다른 기준을 떠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좋은 요청서가 좋은 프롬프트가 된다"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AI에게 질문할 때도, 동료에게 일을 부탁할 때도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진다. 이날 질문이 가장 많이 쏟아진 세션이었던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기술보다 의사소통과 정렬이 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4.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김성일 님의 세션에서는 CHATDA 2.0이라는 Enterprise AI 사례를 소개했다. 개인이 챗봇을 쓰는 것과 달리, 조직의 데이터와 문서, 업무 시스템과 연결된 AI 환경을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AI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한다는 관점이었다. 개인용 AI를 사용하는 것과 조직 전체가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도 새롭게 느껴졌다.
임정 님의 발표는 제목부터 직접적이었다. 올해 채용계획을 취소했다는 말은 자극을 위한 표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실제로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AI Agent Engineer, Analytic Engineer 같은 역할이 생겨나고, Claude Code를 중심으로 한 사람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이 섹션에서 가장 오래 남은 말은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다. "도구는 계속 바뀌지만 비즈니스와 산업은 견고하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가였다.
5. AI 시대에 사람이 해야 할 것
변성윤 님의 세션은 AI를 어떻게 잘 쓸 것인가보다 AI 이후에도 남는 사람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였다. AI는 실행을 빠르게 도와주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검증의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무엇을 묻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 답의 근거를 살펴보고, 이상한 부분은 없는지 의심해 보고,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반대 사례까지 찾아보는 과정이었다. AI의 답을 곧바로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점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FOMO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됐다. 새로운 도구가 쏟아질 때마다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함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속도로 이해하고 적용하면 된다는 말, 하나의 역할에만 갇히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내려놓게 해줬다.
6. 세션 밖에서도 즐거웠던 데이터야 놀자
세션만큼이나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기념 수건도 하나 받았고, 명찰을 꾸미는 공간에서 참가자들이 각자 개성을 담아 명찰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브랜드부스트, 코드래빗,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여러 기업 부스를 둘러보며 서비스와 직무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스탬프 투어를 완료해 책도 받을 수 있었다. 인생네컷 부스 역시 행사 내내 북적였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마지막까지 행사장에 남아 있었더니 수건을 하나 더 받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집에 돌아올 때는 생각보다 양손이 꽤 무거워져 있었다. 스탬프 투어로 받은 책 한 권과 수건 두 장, 그리고 생각할 거리도 꽤 많이 챙겨 돌아왔다.



7. 마무리
행사가 끝나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다.
세션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결국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좋은 질문, 문제 정의, 검증, 그리고 호기심.
데이터 직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가, 기술보다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돌아왔다.
데이터의 공백을 보는 시선, 모르는 영역을 탐색하는 태도, 협업을 위해 질문을 구체화하는 과정, 그리고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검증하는 습관까지.
도구는 계속 바뀐다. 정보를 찾는 방식도,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며, 자신의 문제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통찰은 정답을 많이 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궁금해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호기심이 닿는 곳에서 통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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